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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김민기] 미디어 난장판, 방통위가 결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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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을 가던 대상(隊商)이 조난당한 사람을 구하는 일이나, 대양을 항해하던 선원이 표류하는 사람을 구하는 일은, 고개를 돌리는 일에서 비롯된다. 고개를 돌리는 지극히 간단한 일이 사람의 목숨을 구하게 되는 것이다.

미디어업계는 지금 사막이나 대양에서 조난당한 형국과도 같다. 이명박 정부는 방송광고판매제도(미디어렙)의 변화를 꾀했다. 헌법재판소는 2008년 11월 27일 코바코(한국방송광고공사) 체제를 헌법불합치로 판결하고, 2009년 12월 31일까지 국회에 새로운 경쟁체제 법안을 주문했으나 지금도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에 방통위는 2010년 12월 31일 조선·중앙·동아·매경의 4개 종편과 연합뉴스의 보도전문채널을 허가했다.

종편의 광고영업은 파국 재촉

보수언론에게만 기회를 준 것도 그렇지만, 지상파와 동일한 편성을 허용하면서도 비대칭적인 혜택을 주고 광고 직접 영업의 길을 열어준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방송이 직접 영업을 하게 되면 방송의 공정성은 무너진다. 그래서 지난 30년간 미디어렙을 두고 보도와 광고의 칸막이를 쳐서 광고주와 방송사의 연계를 차단해 왔던 것이다.

총광고비 규모가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종편이 네 곳이나 나왔으니, 종편 영업은 군소 프로그램 공급자, 종교방송, 지역방송은 물론 신문, 잡지 등에 막대한 피해를 주게 된다. 그럼에도 종편들은 본방송을 앞두고 광고주를 초청하여 프로그램 설명회를 열고 직접 영업을 시작했다. 종편들은 시청률과 상관없이 지상파 광고요금의 70%선을 달라고 하면서 보도와 광고를 연계하는 협박 영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SBS가 종편들이 자기 먹거리를 뺏어가는 일은 좌시할 수 없다고 11월 14일 영업설명회를 열어 자회사를 통한 영업을 시작한다. 공영방송 MBC마저 직접 영업에 나서겠단다. MBC는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에 의해 공적 책임과 역할이 부여된 공영방송이다. 지상파 방송 광고비는 KBS 30%, MBC 45%, SBS 25%의 비율인데 KBS와 MBC가 공영의 자리를 지키면 공영 75% 대 민영 25%로 방송의 공영성이 유지될 것이고, MBC와 SBS가 독자적인 미디어렙을 운영하면 공영 30% 대 민영 70%로 상업성이 주도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는 비상수단으로 6인 소위를 가동했다. 1공영 1민영까지는 합의가 되었으나, 종편의 미디어렙 의무 위탁(3년 유예) 여부에 의견이 갈리고 있다. 그렇다면 미디어렙 문제 해결 방안은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종편들이 언론사의 양심을 걸고 나서는 것이다. “우리도 언론으로서, 보도와 광고의 연계를 통한 조폭 영업은 바라지 않는다. 공정한 방송을 하겠다. 그러나 지상파의 미디어렙에 위탁할 수는 없다. SBS도 독자 미디어렙을 갖는 마당에 네 종편이 하나로 하라는 것도 안 된다. 그러니 우리는 1사 1미디어렙체제를 택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방송의 다양성 포기해선 안돼

또 하나는 방통위가 2009년 12월 30일 발효한 권고를 재확인하는 것이다. 방통위는 권고 시한을 “방송광고판매시장에 경쟁이 도입되고 방송의 다양성 보호를 위한 제도가 마련되기 전까지…신규광고판매회사의 사업개시 시기까지”라 했었다. 그런데 방통위는 지난주 “이 권고는 효력을 상실했다”고 했다가 비판이 일자 다시 “아직 효력이 있다”고 번복했다. 방통위는 이를 재확인하고 각 방송사에게 다짐해야 한다.

고개만 돌리면 피안이다. 미디어렙과 종편의 삼각파도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간단하다. 핵심 관계자들이 결단하면 된다. 그리고 이들의 결단은 표류하고 있는 많은 언론들과 언론인들을 구하게 될 것이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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