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에 ‘연탄은행’ 해외 1호점… 밥상공동체, 고려인 등 빈곤층 지원

밥상공동체복지재단 연탄은행의 해외 1호점이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 설립됐다.

밥상공동체는 “지난 12일 비슈케크 시내에 연탄은행 해외 1호점을 개원했다”며 “키르기스스탄의 빈곤 가정과 장애인, 고려인 등에 연탄을 무료로 지원하는 ‘사랑의 연탄나눔 사업’을 시작했다”고 18일 밝혔다.

연탄은행은 가장 먼저 고려인 강옥순(80) 할머니에게 연탄 200장을 전달했다. 강 할머니는 14세 때 연해주에서 키르기스스탄으로 강제 이주된 뒤 중학교에서 수학·물리를 가르치기도 했다. 하지만 교사직을 내려놓은 뒤 어렵게 살림을 이어가야 했다.

강 할머니는 배달받은 연탄을 맨손으로 어루만지며 “정부에서 얼마 전까지 유연탄을 지원했다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이마저도 끊었다”며 “이 겨울을 어떻게 날까 걱정이 많았는데 연탄을 받게 돼 너무 좋고 고맙다”고 말했다.

키르기스스탄은 2009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962달러로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꼽힌다.

국토의 94%가 산악지역이라 난방이 필수지만 난방비가 너무 비싸 빈곤층에서 동상 환자가 속출한다. 빈곤층 상당수는 전기나 가스처럼 비싼 연료 대신 유연탄을 난방연료로 쓴다. 그러나 유연탄은 쉽게 부서지고 쌓아놓고 쓸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밥상공동체는 지난 5월 키르기스스탄의 한국형 연탄공장을 방문해 사업을 논의한 결과 이번에 연탄은행을 개원하게 됐다. 이 사업에는 1억원이 투입된다. 1차로 3000만원이 우선 지원됐다. 키르기스스탄 정부의 사업 심의를 거친 뒤 7000만원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을 위해 영화배우 이민호, 김범이 연탄 2만장을 후원하기도 했다.

밥상공동체는 키르기스스탄에서 연탄지원뿐 아니라 저소득층 생활상담, 무료진료 등 지원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밥상공동체 허기복 대표는 “키르기스스탄의 난방비 문제는 국가적인 해결 과제”라며 “360원짜리 연탄 한 장이 모여 키르기스스탄에서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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