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딛고 세계적인 음악가로 성장한 유수연씨

[미션라이프] 31세 그녀는 밝았다. 긍정 에너지로 충만했다. 목소리는 낭랑했다. 남을 배려하는 따뜻함을 지니고 있었다. 세계적인 음악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주목 받은 그녀는 선교 비전도 키우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삶이 감동을 주는 건 백혈병을 딛고 이 모든 것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그라츠국립음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유수연(공항성결교회)씨 이야기다.

1997년 1월 3일. 17세 여고생 수연은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에 입원했다. 줄곧 학교에서 1등을 도맡아하며 법조인의 꿈을 키웠던 소녀는 투병에 전념해야 했다. 머리카락은 다 빠지고 핏기 없는 모습. 참 낯설었다. 그러나 그녀는 담대했다. “그동안 공부하느라 많이 힘들었으니, 하나님께서 나를 좀 쉬게 하시려나보다.”

투병 생활은 힘들었다. 항암제 부작용으로 구토가 심했다. 날로 더해지는 통증에 밤이면 베개를 끌어안고 신음했다. 전날까지 함께 지냈던 친구, 동생이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엄습해왔다. 두려웠다.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잘 쳤던 수연은 병실 한 켠에 놓인 건반을 치며 찬양을 불렀다. 그러면 이내 두려움은 사라졌다. 병원에서 열린 장기자랑에 참여해 하나님을 찬양하며 그녀는 많은 환우들에게 희망을 전했다. 당시 수연의 스토리는 뉴스를 통해 방송되기도 했다. “사실 가정형편이 여의치 않았는데, 그것을 계기로 모금활동이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수술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처음 시도하는 자가말초혈 조혈모세모이식을 받게 된 것이다. 기대를 안고 수술했지만 경과가 좋지 않았다. 복수가 차고 회복이 안돼 수연은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석 달을 암흑 속에서 보냈어요. 이 수술을 하려고 했던 환우들이 예약을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그들에게 제가 희망이었는데 말입니다. 하나님께 기도했어요. 그런데 꿈속에서 욥의 환상을 보여주셨습니다. ‘조금 더 인내하라’는 하나님의 메시지라고 생각했지요. 병실 창 밖에는 선명한 무지개까지 떠 있었습니다.”

무지개, 그건 분명 하나님의 약속이었다. 일주일 뒤, 기적처럼 모든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됐다. 투병 1년 만에 퇴원했다. 그로부터 14년이 흘렀다.

총신대 작곡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유씨는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떠났다. 2007년 오스트리아 그라츠 국립음대 작곡과, 지난해에는 지휘·오페라코치과를 졸업했다. 그리고 지난 7월, 국제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30년 전통의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콩쿠르 대회에서 오페라 코치 부문 우승과 특별상을 함께 거머쥐었다.

그녀는 지금도 ‘왜 하나님께서는 내가 생사의 고비를 겪게 하셨을까’를 고민한다고 했다. 답은 한 가지.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창 12:1). “많은 사람들에게 도전과 희망을 전해주라는 하나님이 사인이 아닐까요? ‘수연아 지금 당장 떠나라’고 명하시면 저는 달려갈 것입니다. 생각해보니 지난 모든 고난은 선교사로 세우시기 위해 저를 훈련시키신 하나님의 계획이셨던 것 같아요.”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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