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자 베세토오페라단장 “30년전 출연했던 ‘삼손과 데릴라’ 직접 연출하니 남다른 감회”
1980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국립오페라단의 대작이 무대에 올랐다. 34세의 선이 굵고 매력 넘치는 무명의 메조소프라노가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그녀는 요염한 자태로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를 열창했다. 공연이 끝난 뒤 서울 주요 대학 음대는 스카우트 경쟁에 나섰다. 이듬해 그녀는 연세대 음대 성악과 교수로 임용돼 2000년까지 후학을 길렀다.
20일 서울 방배동 베세토오페라단 사무실에서 만난 강화자(66·예심교회 집사·사진) 단장은 한 세대 전으로 돌아간 소녀처럼 들뜬 표정이었다. 30년 전 그를 스타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이 그의 손끝에서 재탄생하기 때문이다.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로 22∼2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다.
강 단장은 숙명여대 성악과를 졸업한 뒤 71년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 김자경오페라단의 ‘아이다’ 암네리스역으로 데뷔했다. 2년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돌아와 처음 선 무대가 삼손과 데릴라였다. 국내 오페라 여성 연출가 1호라는 화려한 타이틀의 주인공도 바로 그였다. 83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됐던 서울오페라단의 ‘마술피리’가 첫 연출작이다. 연출과 가수로 무대 위아래를 종횡무진 오가다 자신만의 오페라단을 만든 게 96년 베세토오페라단이다.
“이번 무대의 최고 포커스는 단연 출연진이죠. 세계 최고 테너로 꼽히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강렬한 목소리 호세 쿠라가 삼손역을 맡습니다.”
강 단장은 ‘삼손과 데릴라’의 명 아리아로 세 가지를 꼽았다. 1막 ‘봄이 오면’, 2막 ‘사랑의 신이여 나에게 힘을 주소서’, 3막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다. 이 장면들은 여가수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포로가 된 삼손을 앉혀놓고 뱃노래를 부르며 펼치는 3막 광란의 파티 장면은 이 작품의 스케일을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은 삼손의 엔딩신이다. 머리털이 뽑혀 힘을 잃은 삼손은 ‘주여,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를 부른 뒤 온 힘을 다해 성전의 기둥을 무너뜨리고 그곳에 있던 팔레스타인들과 장려한 최후를 맞는다.
강 단장은 집 근처 조그마한 동네교회에 다니며 소박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대원이 10명 정도인 예심교회 성가대 지휘봉을 잡았을 때가 가장 행복했어요. 주말 나들이 한번 제대로 못 했지만 은혜가 넘쳤던 순간이었죠.”(1544-1555).
글·사진=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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