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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김찬규] 독도 수호에 해병대 필요한가

[시사풍향계-김찬규] 독도 수호에 해병대 필요한가 기사의 사진

지난 14일 한나라당 대표가 독도에 대한 영토수호 의지를 강화하기 위해 해병대를 주둔시켜야 한다면서 정부와도 협의를 거쳤다고 했다. 후속 보도들을 보면 정부와 협의를 거친 것 같진 않지만 집권 여당 대표의 말이기에 그냥 넘길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섬에 군대를 주둔시킨다는 것은 그 섬에 대한 수호의지의 표명이기도 하지만 군대를 주둔시키지 않고는 수호할 수 없다는 현실에 대한 고백이기도 한데 독도가 과연 그런 상황에 있는가?

일본이 독도문제를 갖고 계속 우리 신경을 건드리고 있음은 사실이되 가시적 장래에 무력침공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1970년 10월 24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국가 간 우호관계 원칙선언’에는 현행 국경선을 침범하기 위해, 또는 영토분쟁이나 경계선에 대한 문제를 포함한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무력의 위협 또는 무력행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 이것은 유엔 헌장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이기에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것으로 이해된다.

영유권 분쟁 선전하는 꼴

유엔 헌장에는 연합국의 적국이었던 국가가 침략정책을 재현하는 경우에는 헌장상의 절차에 구애됨이 없이 응징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다(제53조1). 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적국이었던 일본이 언감생심(焉敢生心) 헌장상 금지된 무력의 위협 또는 무력사용을 할 것이라고 생각함은 기우에 불과하다. 그것은 일본 국내법상으로도 불가능한 일로 돼 있다. 이런 처지에 영토수호 의지를 강화한다면서 독도에 해병대 파견을 주장하고 나섬은 국제사회에 한·일 간 영유권 분쟁이 있음을 외쳐대는 결과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다.

유엔 헌장상 국가 간에 분쟁이 있을 때에는 평화적 방법에 의해 해결토록 돼 있다(제2조3). 분쟁의 평화적 해결 방법에는 정치적 방법과 국제재판이 있는데 일본이 노리는 것은 후자이다. 분쟁이 재판에 회부돼 판결이 나왔을 때 당사국은 판결에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건곤일척(乾坤一擲), 일본으로서는 시도해 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이 국제재판 운운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우리가 국제재판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막대한 경제력 및 인력의 낭비, 실체적 진실보다는 법정기술에 승패가 좌우될 수 있는 재판에 고유한 성격 등 여러 가지 고려사항이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왜 우리 고유영토에 대한 영유권의 적법성 판단을 제3의 기관에서 받아야 하는가에 있다. 이것은 민족자존의 문제이다.

흔히 국제재판은 당사국의 동의 없이는 성립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또한 이를 방패로 삼게 되면 국제사회의 눈총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 1946년 9월 22일 북 코르푸해협을 북상하던 영국 군함 4척이 알바니아 영해에서 기뢰에 부딪쳐 큰 피해를 당했다. 영국이 알바니아에 손해배상,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으나 불응해 사건은 유엔 안보리에 회부되었다.

제3기관의 적법성 판단 안돼

사건을 심사한 안보리가 법률적 분쟁이란 이유로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져갈 것을 권고하자 영국은 이 권고를 근거로 사건을 재판소에 제소했다. 알바니아는 영국의 제소가 일방적이란 이유로 처음에는 무시했으나 때마침 알바니아의 유엔 가입 권고안을 심의하고 있던 안보리에서 알바니아가 앞서 있었던 이사회 권고에 따르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되자 황급히 재판소에 출두해 재판관할권이 성립된 일이 있다.

이 경우는 우연의 연속이지만 그 우연이 우리를 피해 갈 것이라고 생각함은 국가 경영에 종사하는 이들의 경륜이라 할 수 없다. 정치하는 이들은 해병대의 파견이 독도수호를 위한 길이 될 수 없고 이적행위가 될 뿐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김찬규 국제상설중재재판소 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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