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지방] 착한 경제이야기
경제라는 단어 앞에 ‘착한’ 이라는 형용사를 붙일 생각을 한 것은 2005년이었다. 당시는 외환위기 때 경제를 살리기 위한 응급조치로 도입된 정리해고나 비정규직 제도가 점점 일상적인 처방으로 확산되던 때였다. 정부는 외환위기 탈출을 선언하고 국내총생산은 늘어나고 경제성장률도 높아지고 주가도 오르는데 일자리는 늘지 않고 빈곤층은 늘어났다. ‘그렇게 혹독하게 굴어서 이 정도 성과를 얻었다면 이젠 경제야, 너도 좀 착해져야 하지 않겠니’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내 블로그 이름을 ‘착한 경제 이야기’라고 붙였다.
그동안 같은 질문을 던진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저마다 답을 만들어 갔다. 소비자들은 공정무역 운동과 생활협동조합 등 윤리적 소비 운동을 벌였다. 금융 쪽에선 마이크로크레디트 운동이 국내에서도 시작돼 미소금융으로 성장했다. 기업인들도 도의적인 차원의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 사회적 책임(CSR)을 기업의 생존을 위한 본질적인 활동의 하나로 보기 시작했다.
나이키 애플 구글 코카콜라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은 해마다 사회책임 보고서를 발표한다. 제품과 서비스 생산 과정에 환경오염, 아동 노동, 노동조합 탄압, 정치적 검열 등 비윤리적인 수단이 사용됐는지 점검하고 문제 개선을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 밝힌 보고서다.
CSR이 확산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소비자들의 윤리적 소비 운동과 사회책임투자 운동이다. 두 가지 착한 경제 운동은 모두 서구의 기독교계에서 시작됐다. 공정무역 운동은 1940년대 미국 기독교인들이 푸에르토리코에서 만든 십자수 제품을 제값에 거래한 것이 기원이다. 사회책임투자 역시 18세기 기독교인들이 노예무역선 투자를 거부한 것을 시초로 본다. 근대적인 연금제도가 도입되기 전까지 교회는 꽤 큰 투자자 역할을 했다.
착한 경제를 만들기 위한 여러 운동 중 경제 원칙에 부합하면서 가장 효과가 큰 것이 사회책임투자 운동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진 것이 바로 금융계의 큰손, 거액 투자자이기 때문이다.
눈앞의 수익만을 최고의 목표로 삼던 투기적인 금융기법은 이미 미국과 유럽의 금융위기로 한계를 드러냈다. 사회책임투자 운동은 투기적인 금융 자본주의의 한계를 윤리적인 금융으로 극복하려는 운동이다. 미국만 해도 연기금의 절반 이상이 사회책임투자 원칙을 갖고 있을 정도로 확산돼 있지만, 국내에선 미약하다. 좀 더 주목 받을 가치가 충분히 있다.
김지방 차장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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