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쿠데타… 삼성·LG ‘脫안드로이드 대책’ 고심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 따른 손익계산에 분주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대한 특허공세 방어를 위해 모토로라를 인수했다는 점을 밝혔지만 구글이 협력자 관계에서 언제든 경쟁자로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국내 휴대전화 업체 비상=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 관한 질문에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며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모토로라 인수와 관련해 삼성전자·LG전자·HTC 등 파트너사 CEO들의 환영 메시지를 공개했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 측이 인수 발표 전에 미리 인수 배경과 목적을 파트너사에 설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구글이 1만7000여건의 통신 특허를 가진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안드로이드폰 제조사에 ‘특허 우산’을 제공하겠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기대를 나타냈다.

문제는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로 직접 휴대전화 제조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에는 애플과 더불어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순학 연구원은 “모토로라에 신규 서비스나 단말기 개발 기회가 우선 부여되고, 경쟁사는 초기 단계부터 구글의 노하우 습득에서 한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국내 제조사들, 안드로이드 의존 탈피 시급=장기적으로 구글이 안드로이드 OS의 개방정책을 접고 애플처럼 폐쇄적인 사업구조를 구축한다면 안드로이드 계열 제조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국내 제조업체들이 안드로이드에 대한 극단적 의존을 탈피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제조사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폰7을 일부 채택하고 있고, 특히 삼성전자는 독자 운영체제인 ‘바다’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OS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 적과 아군을 구별하기 힘든 상황에서 바다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보유한 독자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명암이 엇갈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폰 1위의 제조업체여서 구글이 파트너 관계를 포기하지 않겠지만, LG전자는 모토로라와 업계 3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어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6.08% 오른 75만원으로 거래를 마쳤지만 LG전자는 전날보다 0.31% 오르는 데 그쳤다.

◇외신들 ‘삼성, 구글과 경쟁할 것’=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삼성, LG, HTC 등 제조업체가 불리해질 것이라고 외신들은 예상했다. 이들 업체는 스마트폰 운영체제로 대부분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쓴다. 이제 구글이 모토로라라는 스마트폰 제조업체를 소유하게 됐으므로 이른바 ‘최혜국 대우’는 모토로라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앞으로 최신 버전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모토로라 스마트폰에 먼저 설치돼 출시될 수 있다는 것.

뉴욕타임스(NYT)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연대에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표현했고, 블룸버그통신도 “구글이 삼성을 필두로 하는 제조업체를 위협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수혜를 입을 모바일 기업은 MS, 노키아, 리서치인모션(RIM)으로 예상됐다.

IT전문가들은 모바일 업계가 곧 3∼4개 대형 업체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이때 인수합병 대상으로 매력적인 기업이 노키아와 RIM이다. 두 곳은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는데다 자체 운영체제를 개발한 경험도 있다. 삼성, LG, HTC 등이 스마트폰 운영체제로 안드로이드 대신 MS의 ‘윈도폰7’으로 옮아갈 가능성도 커졌다. MS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MS도 구글처럼 제조업체 가운데 한 곳을 인수해 모바일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삼성, LG 등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

맹경환 권기석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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