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취업 현장] 취업회사 맞춤형 수업 200시간… “방학 잊었어요”
서울 방화동 강서공고에서는 방학 중이지만 고3 학생 40여명이 ‘특별수업’을 받고 있다. 일반고에서는 고3 학생들이 수능 준비에 한창이지만 이들은 취업할 회사와 학교가 공동으로 마련한 ‘산학연계 맞춤형 수업’을 받고 있다. 취업을 확정한 학생들은 건축인테리어과, 환경화공과, 정보통신과, 웹디자인과 등 전공별로 나눠서 수업을 듣는다. 수업에 필요한 기자재는 취업할 기업에서 제공한다. 지난달 11일부터 시작된 수업은 오는 18일까지 계속된다. 무려 200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오전 8시40분부터 오후 5시까지 학기 중과 다름없는 빡빡한 수업이다.
◇취업준비 한창인 특성화고=강서공고는 취업률이 높은 특성화고다. 지난해 취업률이 32%로 특성화고 평균 취업률인 19.2%를 훌쩍 뛰어넘었다. 올해 취업률 목표는 50%로 벌써 29%가 취업을 확정했다. 최근 중견가구업체 ‘에몬스가구’에 학생 4명이 동시에 취업했다. 연봉도 2200만원으로 제법 높은 수준이다. 맞춤형 수업을 이수한 학생들은 2학기부터 당장 취업 현장에 나간다. 이를 위해 1학기에 국어·영어·수학 등 보통교과를 ‘방과후학교’ 시간을 통해 미리 이수했다. 방학 중 특별수업에선 기업에서 필요한 기술을 집중적으로 배운다.
건축인테리어과 김성완(18)군은 14일 “취직할 기업에서 필요한 컴퓨터지원설계(CAD)와 도장기술을 미리 배웠다”며 “평소 수업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을 미리 배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상업계 특성화고와 인문계 과정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덕수고도 ‘취업 엘리트반’ 학생들의 원서접수가 한창이다. 3학년 손정현(18·여)양은 “전산회계, 기업회계, 컴퓨터 활용능력 등 갖고 있는 자격증만 6개인데도 취업이 쉽지 않다”며 “스펙을 하나라도 더 쌓기 위해 현재 워드1급, 파워포인트 등 자격증 몇 개를 더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점검했다. 이 학교에서는 취업준비생을 위해 1학년부터 자격증 특강, 모의 면접 등을 실시한다.
◇교사·학생 “기업 발굴, 군문제, 고졸차별 등 난제”=특성화고 교사들은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학생 적성에 맞는 기업 발굴을 전담할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서공고는 올해 취업지원관 4명을 고용했다. 직업상담사 자격증 등을 보유한 취업지원관은 기업을 발굴하고 학생의 취업을 돕는 역할을 한다.
성과는 뚜렷했다. 취업약정 MOU를 체결한 기업이 지난해 53곳이었지만 올해 99곳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김홍식(54) 교장은 “교사는 가르치고 취업지원관은 회사를 발굴하도록 업무를 나눠야 한다”며 “특성화고 교장회의에서도 취업지원관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학교는 여전히 교사가 직접 발품을 팔면서 기업을 찾고 있다. 덕수고 이상원 교장은 “교사가 직접 찾아가도 많은 기업이 ‘인사 규정이 있다’며 거절하기 일쑤”라며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남학생 취업의 최대 걸림돌은 군 문제다. 군필자 위주의 선발이 기업의 오랜 관행이기 때문이다. 강서공고 임덕희(48) 교사는 “일단 취업해도 군 문제 때문에 학생들이 ‘평생직장’이라는 인식을 갖기 어렵다”며 “기업이 대부분 군 휴직 처리를 안 해주기 때문에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상업계 특성화고가 주로 취업하는 은행 등은 여학생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상업계 특성화고로 진학한 남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대학을 진학하게 된다.
고졸 취업생의 처우 개선도 시급하다. 교사들에 따르면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희망 월급 마지노선은 월 120만원 수준. 월급이 120만원 이하면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졸자에게 월급 120만원을 주는 중소기업을 발굴하기는 쉽지 않다.
‘고졸 차별’을 우려해 취업과 대입 준비를 병행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덕수고 3학년 문혜윤(18·여)양은 일반 사무직 취업을 고려하지만 올해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경희대와 중앙대를 지원했다. 문양은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직장에서 차별받기 때문에 일단 대학을 가려 한다”면서도 “막상 좋은 곳에 취업하는 친구들을 보면 학교가 밀어줄 때 취업을 해야 할 것 같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임성수 정부경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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