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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성낙인] 대법원장은 이런 사람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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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은 6년마다 교체된다. 대법원장은 9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사법 권력은 임명된 권력이기 때문에 간접적으로라도 국민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대법원장은 선출된 권력의 두 축인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임명된 이후에는 사법권 독립을 위해 그 어떠한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하지만 유아독존적 독립이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는 독립이어야 한다.

헌법상 대법원장의 권한은 외국헌법에서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하다. 대법관 전원을 임명 제청한다. 사법의 또 다른 축인 헌법재판관 3분의 1을 지명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의 3분의 1도 지명할 뿐만 아니라, 관행적으로 대법관인 위원이 위원장을 겸임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선관위원장 지명권까지 가진다. 모든 법관에 대한 인사권을 6년간 행사한다. 그런데 대법원장의 권한행사에 대한 견제장치는 실질적으로 거의 없다. 결국 대법원장의 합리적 권한행사는 그의 인격에 의탁할 수밖에 없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새 대법원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정치적 이념적 중립성 지켜야

첫째, 차기 대법원장은 지금처럼 이데올로기 논쟁이 극심한 상황에서는 정치적으로나 이념적으로 무색무취한 인물이어야 한다. 법원 내부에까지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법관들 사이의 이념갈등을 지혜롭게 승화시킬 수 있는 큰 어른이어야 한다.

둘째, 인사권자인 대통령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중에서 승진하는 자리일 필요는 없다. 대법관 승진 구조로는 대변혁의 시대에 능동적인 발상의 전환이 쉽지 않다. 역대 헌재소장은 초대 소장을 제외하고는 세 분 모두 대법관 출신이다. 대법원장에 헌재재판관 출신이 임명된다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갈등을 소통의 장으로 승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대법관이나 헌재재판관 출신이 아니면서도 인격과 덕망을 갖춘 훌륭한 법조인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연수원 기수나 연령에도 구애될 필요가 없다.

셋째, 사법부 수장은 시대 변화의 흐름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예지를 가진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법조 인력충원은 사법연수원 시대에서 로스쿨 시대로 바뀐다. 법조일원화에 따라 평생법관시대가 열린다. 젊고 참신한 엘리트 법관시대를 마감하고 세상의 살아가는 이치를 터득한 노회한 법관으로 대체된다. 대법원장이나 법원장의 눈치를 보는 관료화된 사법은 해체된다. 하지만 자기정화와 자기도태가 없는 평생법관제도는 또 다른 재앙일 수 있다.

넷째, 사법도 서비스 시대를 열어야 한다. 법관의,법관에 의한 사법이 아닌 국민의 사법을 위해 국민의 사법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가장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법원문화를 획기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다섯째, 소극적 요건에 매몰되다 보면 국가적 인재를 놓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한다. 대법원장 후보가 실정법 위반자이어서는 안 된다. 준법(遵法)의 전범(典範)이어야 할 헌법재판관, 대법관, 법무장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실정법 위반에 국민들의 실망이 크다. 대법원장만이라도 준법의 상징적인 인물이 되어야 한다.

시대변화 꿰뚫는 예지 필요

여섯째, 대법원장은 이 시대 최고의 법률가, 3부의 수장으로서 책임과 권위를 함께할 인사여야 한다. 변협이 추천한 5인의 대법관 후보자는 전원 로펌 대표를 포함한 개업 변호사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대법관 퇴임 후 6년간 60억원을 벌어들였음에도 청문회에서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사퇴 여파로 지금 이런 분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실정법보다는 국민정서법에 지나치게 얽매여서는 안 된다. 청렴성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능력이다.

성낙인 서울대 교수 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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