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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김찬규] 독도 보전,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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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0일 일본 문부과학성이 내년부터 사용할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18종을 발표했는데 그중 12종에 독도가 일본령으로 돼 있고, 다시 그중 4종에는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기술돼 있다. 일본에서는 4월 외교청서가, 7월 또는 9월에는 방위백서가 나오고 내년 4월에는 고교에서 쓰일 교과서 검정 결과가 나오게 돼 있다. 그 모두가 이번에 공개된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 생각되는데, 한국 고유 영토임이 분명하고 현실적으로도 우리의 실효적 지배하에 있는 독도에 대해 일본이 턱없는 주장을 펴는 이유는 무엇일까?

1982년 4월 1일 아르헨티나가 영국 점유하에 있는 포클랜드 섬(아르헨티나에서는 말비나스라고 함)을 침공하면서 “역사적·국제법적으로 자국령이며 모든 평화적 방법을 시도했는데도 영국이 반환하지 않아 부득이 무력행사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4월 3일 아르헨티나 소행이 “국제평화에 대한 위협”이라며 즉각 철수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 제502호를 채택했다. 뒤이은 영국의 반격으로 아르헨티나군은 패퇴하고 원상이 회복되었다.

제소 뒤 정치적 공세 펴는 수법

1970년 10월 24일 채택된 유엔 총회 결의에 ‘국제법원칙 선언’이 있다. 총회 결의이지만 유엔 헌장을 풀이한 것이기에 법적 구속력을 가진 것으로 간주되는 이 결의에는 ‘영토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무력사용을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 지금 유엔 헌장상으로나 일반 국제법상으로나 영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무력사용은 금기사항으로 돼 있다. 유엔 헌장에는 구적국(舊敵國)이 침략정책의 재현에 나섰을 때를 대비해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다(제53조1). 이 같은 점을 감안할 때 2차대전을 일으킨 원죄가 있는 일본이 우리의 고유 영토이고 현실적으로도 우리의 실효적 지배하에 있는 독도에 대해 무력공격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일본으로서 건곤일척(乾坤一擲) 시도해 볼 만한 방책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유엔이나 국제재판에 제소하는 길이 그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독도문제가 국제분쟁화돼야 하고 국제사회에 분쟁지역으로 비춰져야 할 것이다. 일본이 독도문제에 대해 도발의 수위를 높여나가는 이유는 우리의 격분을 유도해 그것을 분쟁화시키고 나아가 국제사회의 관심을 집중시키려는 데 있다.

그러나 국제재판에는 강제관할권이 결여돼 있다. 이것은 일본의 제소가 있다고 해도 우리가 응소치 않으면 국제재판소가 재판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국제재판에 일방적 제소의 길이 전면 봉쇄돼 있는 것은 아니다. 국제사법재판소의 경우 일방적 제소의 길을 열어 놓되 상대방이 응소하지 않으면 재판관할권이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해놓았다(재판소 규칙 제38조5). 일본은 이 점을 이용할 수 있다.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놓고 영유권에 관한 국제소송을 일방적으로 제기한 다음, 한국 측이 불응하면 영유권 주장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재판에 나오지 못한다는 정치적 공세를 펼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그것이다.

‘조용하되 단호한’ 기조 지켜야

국제재판제도의 이 같은 점을 이용한 소송사건이 지금까지 몇 번 있었다. 예컨대 2002년 12월 9일 콩고민주공화국이 프랑스를 상대로 국제사법재판소에 일방적으로 청구소장을 제출한 데 대해 2003년 4월 11일 프랑스가 이에 응한다는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재판소의 관할권이 성립된 일이 있다.

일본의 노림수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술수에 말려들지 않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냉정성의 유지가 긴요하다. 격화소양(隔靴搔痒)의 감이 있긴 하나 지금까지의 정부 대처방안이 ‘조용하되 단호한’이란 기조 위에 서 있었음은 이런 점에서 이해할 수 있으며 그것이 독도 보전의 길이라고 본다.

김찬규 국제상설중재재판소 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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