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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김찬규] 국제법으로 본 해적의 처리

[시사풍향계-김찬규] 국제법으로 본 해적의 처리 기사의 사진

지난 21일 청해부대 특수전여단(UDT) 요원들이 ‘아덴만의 여명 작전’을 펴 소말리아 해적에게 잡혀가던 삼호주얼리호(1만1500t급) 승조원 21명 전원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1만6000t의 화학물질을 싣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출발해 스리랑카로 가던 이 배는 1월 15일 아라비아해 입구에서 해적에게 납치되었다. 구출작전은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는데 1월 18일의 1차 작전은 요원 3명이 부상해 미완으로 끝났고 21일에 있었던 2차 작전에서 해적 8명 사살, 5명 생포의 전과를 올린 가운데 선박 탈환에 성공했다. 이때 선장이 복부 관통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 명령으로 집행되었던 이번 일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 사건으로 답답하기만 했던 우리 가슴을 휑하게 뚫어준 일대 장거가 아닐 수 없었다.

‘인류 일반의 적’ 단속은 당연

이번 일과 관련해서는 환호와 더불어 생각해야 할 몇 가지 법적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우선, 선주(船主)는 우리나라 회사이지만 선박은 몰타에 등록된 외국 선박인데 해적에게 피랍된 외국 선박을 우리나라 해군이 무력을 사용해 제압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해적이 ‘인류 일반의 적’이기에 국제법상 어느 나라의 군함이건 공해상에서 이를 단속할 수 있게 돼 있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소말리아 해적의 경우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해 소말리아 영해 및 육상에까지 추적해 사로잡을 수 있게 돼 있다.

다음, 유엔해양법협약상 해적에 대한 재판은 사로잡은 국가의 재판소가 하게 돼 있어(제105조) ‘아덴만의 여명 작전’에서 생포한 5명의 해적을 우리나라에 데려 와 재판에 회부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가 생긴다. 선례를 보면 사로잡은 국가의 재판소가 직접 재판하는 경우도 있긴 하나 대부분 케냐 등 인근 국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거기서 재판케 하고는 일정한 사례를 하고 있다.

최근, 인근 국가들이 이 같은 편의의 제공을 거부해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표면적 이유는 재판 대기자의 수가 포화상태라거나 유엔해양법협약상 그와 같은 편법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데 있으나 실제에 있어서는 산업 선진국, 특히 유럽인에 대한 토착적 반감과 동일한 피부색을 가진 소말리아인에 대한 동정심이 이유라고 설명되고 있다.

소말리아 해적의 기원은 내전으로 공권력이 소멸된 틈새를 이용해 그 영해 및 배타적 경제수역에 외국 선단이 몰려 와 이를 황폐화시킨 데서 비롯된다. 거대한 어선단이 남획을 자행함으로써 어족자원의 씨가 마르고 유독성 산업폐기물을 만재한 외국 화물선이 적재물을 투기해 소말리아 해역은 세계의 쓰레기장으로 화했다. 이를 보다 못한 소말리아 어민들이 옛 군인들과 합세해 자경단을 만들고 바다수호에 나서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사로잡힌 범칙선에서 금품을 징수하기도 하고 범칙선이 내미는 금품을 수령하기도 한다. 이때 오가는 막대한 금액은 기아선상에 허덕이는 가족을 둔 그들에게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 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 같은 배경 하에서 생겨난 것이 소말리아 해적이다. 그들 중에 자기들은 해적이 아니라 정부를 대신해 바다를 지키는 ‘사실상의 국가기관(de facto State organ)’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생포 해적 한국에서 재판해야

생포된 해적을 우리나라 법정에 세우기 위해서는 그들을 데려와야 하고, 그 나라 말을 할 수 있는 통역을 찾아야 하고 유죄판결 받을 때를 대비해 행형방법을 연구해야 하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이나 생포한 5명의 해적을 우리나라에서 재판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여러 어려움 때문에 사로잡은 해적을 무기와 장비만을 뺏은 채 풀어주는 사례가 있으나 이것은 국제법에 저촉될 뿐 아니라 법치주의에 역행하는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김찬규 국제상설중재 재판소 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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