左로 방향 트는 여야… 한나라 “개혁적 중도보수” 깃발

정치권이 서민과 복지를 외치며 경쟁적으로 ‘반(半) 좌향좌’ 행보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양육수당을 하위 70%까지 지급하는 등의 파격적인 친서민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1년반 전부터 시작된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 정책 기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윗목에서는 온기를 느끼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손학규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진보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여권의 친서민 정책은 말뿐인 가짜’라고 비판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진보 정책이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있는 여야가 이런 사회 분위기에 맞춰 주요 정책과 노선 재점검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나라당 안상수(사진)대표는 2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나라당은 명실공히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 되겠다”며 “개혁적 중도보수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연설의 키워드는 ‘70% 복지’와 ‘중도보수’로 요약된다. 안 대표는 “고소득층까지 아우르는 ‘보편적 복지’보다 서민과 중산층을 포함한 ‘70% 복지’를 목표로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정부의 저출산 정책으로는 부족하다며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서민, 중산층 가정에도 양육수당 20만원을 일괄 지원하는 방안을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복지 사각지대의 예로 고령 산모, 중년 치매환자, 문화 소외층, 에너지 빈곤층, 싱글 대디(아빠) 등을 들고 해결책 모색을 약속했다. 당내에서는 “파격을 넘어 혁명적이다” “한나라당에서 상상할 수 없던 얘기”라는 평가가 나왔다.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와 차별화하는 동시에 서민과 중산층을 확실히 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는 하지만 기대 이상이란 반응이다.

이와 함께 안 대표는 “당의 강령을 중도개혁의 가치를 포용하는 방향으로 개정하겠다”며 “통일된 선진복지국가라는 큰 목표를 개혁적 중도보수 노선에 담아내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늦어도 내년 3월까지 중도보수의 가치를 담은 ‘한나라당 개혁 플랜’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준비 중인 나성린 당 비전위원장은 개혁적 중도보수에 대해 “불공정, 부정부패 등 구(舊)보수의 적폐를 모두 청산하고 중도까지 포용할 수 있도록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나 위원장은 “진보적인 정부를 지지한다는 국민이 60%에 달하고, 한나라당과 보수층에 대한 반감도 만만치 않다”며 “특히 6·2 지방선거 이후 국민 정서에 와 닿는 정책을 펴지 않고, 중도를 포용하지 않으면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정진섭 전략기획본부장은 “2006년 한나라당이 뉴 플랜(New Plan)을 가동시켜 선진화, 합리적 보수 등 우파의 큰 목소리를 통해 집권했는데 이제는 그보다 중도를 포섭하기 위한 새 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비전위의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미국 민주당처럼 전국을 돌면서 지역별, 계층별 여론 수렴을 위한 치열한 토론을 갖고 한나라당의 노선을 완성시켜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을 넘어 여권 주류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한 중원 공략 플랜이 사실상 가동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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