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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황의서] 통일을 위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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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통일은 주변 국가들로부터 받을 선물이 아니다.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독일 역시 주변 국가들이 공개적으로 반대한 통일을 지혜롭게 성취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독일 사람들은 게르만 민족의 우수성이 입증됐다고 마음속으로 기뻐하고 있다. 서독 사람들은 동독 사람들에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에 대해, 동독 사람들은 자신들이 택한 위대한 결정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됐다.

통일 초기에는 준비 부족으로 약간의 혼돈이 있었지만, 3년 후부터는 이자율도 하락하고, 경제는 빠르게 성장해 갔다. 독일 정부는 통일비용을 30년 상환의 국채 발행으로 충당했는데, 앞으로 10년 뒤에 돌아올 상환 부담을 걱정하는 사람은 드물다. 독일 정부의 부채비율은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고, 독일의 국민소득 수준은 경쟁국가인 프랑스보다 언제나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통일은 동·서독 모두 유익

우리나라 속담에 “아이가 태어나면 먹을 것을 가지고 나온다”는 말이 있듯이, 동독도 통일이 되면서 그들의 먹을 것을 가지고 나온 셈이다. 특히 동독이 가지고 있던 동유럽과의 원활한 네트워크는 통일 이후 동쪽으로 진출하려는 서독 기업들에게 좋은 발판이 되었다. 통일비용 부담으로 독일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고, 서독 기업들은 오히려 호황을 누리게 됐다.

독일 사람들이 누리는 자부심을 한국 사람들도 앞으로 갖게 될 것이다. 문제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이다. 우리가 지불하고 있는 분단의 고통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천안함 사건 때에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1690에서 1560으로 하락했다. 이번 여름에 미국 시애틀에 다녀왔는데, 공항 환전소에서 홍콩 대만 싱가포르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돈이 환전되는데도 한국 돈은 환전되지 않았다. 돈은 그 가치 못지않게 안정성이 중요하다. 한국 돈은 남과 북의 관계 때문에 그 가치가 언제 폭락할지 모르는 불안한 자산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2050년에 한국은 일본과 독일을 능가하는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고 미국의 골드만삭스는 예측했다.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여기에 전제조건은 통일이다. 즉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은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통일이 될 경우 남한 기업들은 만주에 투자하기가 용이하고, 중국을 건너 러시아, 중앙아시아로 진출하게 될 것이다. 서쪽으로 길이 열리고, 무한한 시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북한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환경에서 그들 안에 있는 잠재력을 실현시킬 때에 한국경제는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될 것이다. 통일비용이 우리 경제를 짓누를 것이라는 두려움은 기우에 지나지 않을 것이고, 독일에서와 같이 기대 이상의 기적 같은 결과들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남한 공장들은 주문에 밀려 바쁘게 돌아갈 것이고, 북한에는 개발 바람이 불 것이다.

독일 통일이 서독과 동독 모두에게 유익을 주고, 밝은 미래를 꿈꾸게 만들고 있듯이, 한반도 통일 역시 남한과 북한 모두에게 상생의 길을 열어 줄 것이다. 젊은이들은 자전거로 유럽까지 가는 꿈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축복으로 이어진다.

마음과 물질 함께 준비해야

현명한 사람은 결혼을 준비해 간다. 결혼비용을 준비한 사람은 결혼 기회가 오면 이를 실현시키기 쉽다. 그러나 결혼비용을 준비하지 않은 사람은 우왕좌왕하다가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우리의 통일도 마찬가지이다. 통일비용을 준비하지 못하면 통일 기회가 와도 놓칠 수 있다. 마음과 물질로 철저한 통일 준비를 해 나가면, 통일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면서, 통일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반도에서 준비된 통일은 독일보다도 더 아름답고 좋은 결과들을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황의서(서울시립대 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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