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 시사풍향계

[시사풍향계-윤단우] 결혼이 외면 받는 이유

[시사풍향계-윤단우] 결혼이 외면 받는 이유 기사의 사진

통계청에서 발표한 2009년 합계출산율이 1.15명까지 떨어졌다. 이는 1970년 4.53명과 비교하면 4분의 1로 줄어든 수치이고, OECD 회원국 평균출산율인 1.7명보다 크게 낮다. 한국이 당면한 저출산 문제는 거의 재앙에 가까운데, 이대로 가면 2100년에는 인구가 현재의 절반으로 줄고, 2300년에는 인구가 불과 5만 명인 초미니국가로 전락하리라는 끔찍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배경에는 기혼여성들이 아이를 적게 낳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결혼 적령기 여성들의 결혼 기피가 있다. 2008년 여성 평균 초혼연령은 28.3세이며, 20대 후반의 60% 이상이 현재 미혼상태다. 언론에서는 연일 미혼여성들의 결혼기피현상을 문제 삼는다. 적령기 미혼여성들이 결혼을 기피하니 자연히 여성들이 낳는 아이의 수가 줄어들고, 따라서 한국이 저출산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더 이상 통과의례 아니다

사실 미혼율의 증가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일본의 경우 미혼율이 한국의 두 배가 넘으며, 중국은 서른 살이 넘은 노처녀를 일컫는 ‘성뉘(剩女)’가 베이징에만 5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혼기가 꽉 찬’ 여성들이 여전히 미혼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전 세대의 여성들은 결혼을 결심할 때 행복이라는 가치를 결혼의 잣대로 삼지 않았다. 결혼은 선택이 아니라 당연히 치러야 할 통과의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고도성장으로 윤택해진 경제적 환경에서 태어나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가족계획 구호 아래 자란 현재의 30대 여성들은 이전 세대와는 다른 행동 패턴을 보인다. 경제적 자립이 가능해지고 정치적 자유를 보장받으면서 이제 배우자를 까다롭게 고르기 시작한 것이다.

반면 비싸진 결혼, 슈퍼맘을 강요하는 육아, 부계혈통 중심의 불평등한 가족제도는 결혼의 상품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가정 내에서 딸의 지위는 상승했지만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엄마로서 여성은 여전히 불리한 지위에 있으며, 결혼을 선택한다는 것은 이 불리함을 감수한다는 뜻이다. 주택 가격의 급등과 양육을 포함한 교육비의 상승은 결혼 앞에 돈의 바리케이드를 쌓았다.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인 하우스푸어처럼, 비싼 결혼을 구입하는 대신 자녀를 포기하는 비자발적인 딩크족이나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하지 못하는 비자발적 싱글이 늘어나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많은 수가 저임금·저숙련·저부가가치의 노동현장에 몰려 있고, 결혼과 출산 후 직업과 가정 경영을 양립하는 어려움이나 경력 단절의 문제는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맞벌이 부부가 보편화되며 높아가는 경제적 책임에 비해 여성에게 편중된 가사노동의 무게는 크게 덜어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여성의 결혼은 부계혈통을 근간으로 하는 가부장사회에서 여전히 ‘남성 가족에의 편입’이라는 성격을 지닌다. 남성 중심의 가족제도 안에서 핵가족이라는 형식을 취한다 하더라도 남성의 결혼은 ‘세대의 독립’이 아닌 ‘가족의 확장’일 뿐이다. 해마다 나오는 명절증후군에 관한 논의는 여성들에게 치중된 가사노동을 남성들도 분담하자는 캠페인 정도일 뿐, 남성 집안의 대를 잇는 존재로서의 여성의 위치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되고 있지 않다.

여전한 가부장사회의 덫

사회의 변화속도에 비해 결혼의 변화는 미미하다. 바야흐로, ‘왜 결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해진 것이다. 남녀 모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결혼을 기피하는 비율이 높아가고 있는데, 국제결혼을 통해서라도 배우자를 찾고자 하는 일부 농촌지역 남성들의 노력에 비해 도시지역 여성들은 인류의 뿌리 깊은 본능인 번식욕구마저 포기한 채 미혼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단기간에 한국의 결혼과 가족제도가 변화하지는 않겠지만, 이제부터라도 개인이 행복한 결혼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윤단우(자유기고가)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