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 시사풍향계

[시사풍향계-김찬규] 천안함, 안보리 그리고 중국

[시사풍향계-김찬규] 천안함, 안보리 그리고 중국 기사의 사진

지난 3월 26일에 있었던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은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지난 9일 채택된 안보리 의장성명의 주요 내용은, 천안함 침몰에 대한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한국 주도 5개국 민·군 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는 것, 이 사건과는 하등 관계가 없다는 북한을 포함한 그 밖의 관련 당사국들로부터의 “반응에 대해서도 유의한다”는 것, “그러므로 안보리는 천안함 침몰을 몰고 온 공격을 규탄한다”는 것의 3가지로 요약된다. 성명은 이어 “한국이 보여 준 자제(自制)를 환영하며 한반도 및 동북아 전체에 있어 평화와 안정의 유지가 중요함을 강조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의장성명에는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것으로 돼 있다. 성명 중 특히 기이한 부분은 “그러므로 안보리는 천안함 침몰을 몰고 온 공격을 규탄한다”는 항목이다. 이것은 규탄 대상을 공격주체가 아닌 공격 자체, 다시 말해 ‘행위’를 규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규를 벗어난 어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법적 논리적으로 최고의 문장이어야 할 안보리 의장성명이 이처럼 모양새가 사납게 돼 버린 것은 사안을 순리로 풀려 하지 않고 무리하게 가해자를 숨기려는 데서 나온 결과가 아닌가 생각되는 바이다.

피해자만 있는 의장성명

의장성명에서 더욱 괴이한 것은 “한국이 보여준 자제를 환영하며 한반도 및 동북아 전체에 있어 평화와 안정의 유지가 중요함을 강조한다”는 문장이다. 여기에는 한국의 자제를 기리는 척하면서 그와 같은 사태가 재발했을 때 역시 자제해야 한다는, 그리고 자제함이 한반도 및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에 필요하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평시, 유엔 회원국 군함이 어뢰공격을 받아 두 동강이 나고 승조원 104명 중 46명이 사망한 무력공격이 일어났는데도 명색이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에 대한 제1차적 책임을 지고 있다는(유엔 헌장 제24조1) 안보리가 이 정도의 대응밖에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이례적이랄 만큼 북한을 감싸고도는 데서 나온 결과이다.

동북 3성 고려한 북한감싸기

지금 중국은 동북 3성(만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에는 고래로 동북 3성을 지배하는 자가 중원을 지배한다는 격언이 있었는데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중국의 움직임도 이 같은 격언과 무관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동북 3성에서 바다로 나가는 길목이 발해 쪽밖에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중국이 해로를 개척하기 위해 발해 연안의 다롄(大連), 친황다오(秦皇島), 단둥(丹東) 등 여러 항구를 개발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태부족이다.

동북 3성에서 바다로 나가는 또 하나의 길목이 있긴 하다. 두만강을 거쳐 동해로 나가는 길목이 그것이다. 그러나 두만강 하구에서 상류 16.93㎞까지가 러시아와 북한의 연안으로 돼 있어 이곳을 통과하려면 양국 중 어느 하나의 허가를 얻어 지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된 것은 청국이 우수리강 이동의 땅, 다시 말해 연해주 전체를 러시아에 건네준 1861년 싱카이후(興凱湖) 조약 이후의 일이다. 중국에게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경쟁자였기 때문에 만만한 상대가 아니며 설사 일시적으로 두만강의 러시아 쪽 통항권을 얻었다 하더라도 언제 회수될지 모르기에 중국으로서는 항상 불안한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대안은 북한밖에 없으며 중국이 북한을 이례적으로 보일만큼 싸고도는 것도 이러한 데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북·중 관계를 이념적 혈맹 또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사이라고만 보아 왔다. 하지만 언젠가는 중국이 북한을 복속시키려 할 때가 있을 것임에 대비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통일의 기회는 영영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찬규경희대 명예교수(국제해양법학회장)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