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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서정우] 5·18운동의 역사적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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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30주년을 맞으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는 이 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일이다. 이 운동은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전두환 신군부를 타도하고 국민주권의 원리를 실현하기 위해 광주시민들이 중심이 되어 궐기한 민주화 운동이다.

이 운동은 신군부의 무자비한 탄압에 밀려 그 당시에는 비록 실패했으나 그 불길이 죽지 않고 살아서 1987년 6월민주항쟁의 직접적인 밑거름이 되었고, 더 나아가서는 이 땅에 최초의 민주적 문민정부를 탄생시킨 계기를 마련했다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5·18민주화운동은 그 후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고, 5·18민주화운동특별법의 제정과 더불어 많은 민주화 조치들이 후속되었다.

민주주의 열매 맺는 과정

우리나라 민주화투쟁의 역사는 1960년 4·19혁명으로 씨앗을 뿌렸고, 80년 5·18민주화운동으로 새 순이 돋아나 가지를 뻗었고, 87년 6월항쟁으로 꽃을 피웠고, 민주적 문민정부의 탄생으로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따라서 5·18민주화운동은 이 땅에 민주주의의 열매를 맺기 위한 역사적 과정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역사를 기억하는 민족은 흥하고, 반대로 역사를 망각하는 민족은 망한다고 한다. E H 카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규정했다. 그러한 차원에서, 5·18민주화운동은 단순히 30년 전에 한 번 일어났다가 그냥 사라진 과거의 사건이 아니고, 오늘 이 순간에도 살아 숨쉬면서 우리 곁에 다가와 우리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하는 현재의 역사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가들은 “모든 역사는 현대사”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5·18민주화운동의 두 번째 과제는 이 땅에 민주주의를 하루속히 뿌리내리게 하는 일이다. 5·18민주화운동 30주년을 맞으면서 우리는 한 번 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현실을 걱정하게 된다.

민주주의(民主主義)란 문자 그대로 국민(民)이 나라의 주인(主)이 되는 정치이념을 의미한다. 민주주의란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치를 구현하기 위한 정치이념인 것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국민의 민주적 참여가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 정치이념이다. 국민의 민주적 참여가 존재하면 민주주의는 진보하고, 반대로 국민의 민주적 참여가 부재하면 민주주의는 퇴보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한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은 그 나라의 국민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주권을 책임있게 행사할 수 있는 민주적 참여와 비례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정부수립 60주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라 하겠다. 정부의 정책입안과정이나 국회의 법안심의과정이나 사법부의 법집행과정에 국민의 참여는 보이지 않는다. 왜 이런 사태가 계속되는가.

지역·이념 갈등 극복해야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우리 국민이 필요해서 자발적으로 도입한 자생적 이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밑에서부터 채택된 이념이 아니고 위에서부터 강요된 이념이었다. 이념은 제도의 정신이고, 제도는 이념의 형상이다. 정신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도입된 형상은 그 사회에 뿌리내리기 어렵다.

국민의 민주적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민주주의는 부평초처럼 물위에 떠 있게 되는 것이다.

5·18민주화운동의 세 번째 과제는 우리 사회와 민주주의를 병들게 하는 지역갈등과 이념갈등을 5·18정신으로 극복하는 일이다. 우리 사회는 현재 지역갈등과 이념갈등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30주년을 맞으면서 우리는 우리 사회와 민주주의의 뿌리를 흔드는 갈등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민주화운동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서정우 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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