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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박종렬] 방송중계권, 경쟁사회 룰로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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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월드컵 축구대회를 앞두고 지상파 세 방송사들 간에 ‘월드컵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SBS가 단독 중계한 데서 비롯된 힘겨루기다. SBS는 단독 중계라는 모험을 강행했고,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동계올림픽 사상 최고 성적과 김연아라는 국민 브랜드가 금메달까지 선사하면서 탄력을 받은 SBS는 남아공 월드컵도 단독으로 중계하겠다고 한다.



지난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이제 방송 중계의 틀을 제대로 만들어가는 ‘부수적’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시점에 왔다. 논점은 방송 3사의 지위를 각 방송사가 다르게 생각하는 데서 오는 것 같다. KBS는 국가 기간방송이라는 자부심에서 사장까지 “동계올림픽을 보면서 울분을 느꼈다”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 같은 표현을 했다. MBC는 새로운 사장이 오면서 독점 중계 문제를 제기했다. SBS는 방송 3사 합의를 어긴 막무가내지만, 해냈다고 하는, 그리고 밴쿠버 올림픽을 계기로 새로운 중계방송의 틀을 마련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1국영 다민영의 정상적 언론 상황이 아닌 1민영 다공영이라는 기형적 방송 현실까지 겹치면서 각 사는 방송구조 개편과 맞물려 사활적 경쟁에 돌입했다.

방송 중계 틀 제대로 만들자

국민들도 한쪽에서는 2002년 월드컵 때 3사 합동 중계로 격렬한 비판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지나친 전파 낭비를 지적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보편적 시청권 확보에 위배된다는 점을 들어 또한 단독으로 계약한 중계권 협상이 국부유출이었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그런데 다른 경기에서도 방송 3사가 이번처럼 악착같이 중계 확보에 매달릴까. 만약 밴쿠버 올림픽에서 우리나라의 성적이 시들했거나 결과가 예상보다 밑돌았어도 그럴까. 방송사 입장에선 수익이 동반되지 않은 중계권 확보는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할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올림픽·월드컵 중계권 협상과 관련해 지상파 방송 3사의 자율적인 협상을 권고했다. 전파는 공공재다. 문제는 이 부분에서 경쟁 개념을 어디까지 수용할 것인가다. 미국의 경우 NBC가 단독 중계한다고 해서 우리처럼 시끄러울까. 전파의 자유로움은 세계를 이미 뛰어넘고 있는데 방송사의 수익성과 편협한 경쟁의식에 매몰돼 시청자 여론까지 동원, 경쟁사를 마녀사냥 식으로 몰고나가는 것은 과잉 이미지 포장이라는 느낌을 준다.

방송사이자 미디어 기업인 SBS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비롯해 2012, 2014, 2016년 올림픽 및 2010, 2014년 월드컵 중계권을 확보했다. 기업은 투자와 수익을 근간으로 한다. 물론 전파를 토대로 상품을 만드는 기업이다. 어떤 기업이 중계권이라는 상품을 수주했다고 해서 그것을, 전파라는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맹목적으로 재단할 수 있을까. 다른 방송사도 수신료를 징수하면서 똑같이 경쟁한다면 그것이 공정 경쟁일 수 있겠는가.

경영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협조는 가능한 일이지만 이익이 걸려 있다면 이제 그것은 경쟁사회의 룰로 풀어내야 한다. 숨어 있는 진실, 이건 이미지도 자존심도 아니다. 경영적인 문제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보편적 시청권 확보 90% 조건만 충족된다면 다음엔 또 그 다음엔 어디서 하든 멋진 경쟁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시청률 올리기에 이미 그 근간을 잊어버린 각 방송사에 정체성에 기반을 둔 획기적 발상 전환을 촉구한다. 전파 소비자들은 욕구에 맞춘 한 가지 제품만 그때그때 소비하면 된다.

분쟁 조정은 공공재 시청권 등으로 포장됐지만 그 본질은 방송사 간의 돈을 둘러싼 치졸한 치킨싸움으로 취재보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시장실패 상황에서 정당화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다.



박종렬(가천의대 교수·경영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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