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던 朴, 반나절 만에 작심 발언

김무성 의원이 18일 발표한 절충안을 전해들은 박근혜 전 대표는 처음에는 무덤덤한 듯했다. 오후 2시쯤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박 전 대표는 “김 의원 절충안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수차례 받았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나중에 얘기하겠다”는 짤막한 말만 남겼다. 그러나 반나절이 지난 오후 7시쯤 그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전에 없이 강경한 박 전 대표의 입장을 전했다. 특히 그는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는 얘기까지 했다. 김 의원의 발언을 이리저리 뜯어본 뒤 작심하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이제 김 의원은 친박계로 분류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면서 “박 전 대표가 김 의원과의 관계를 청산하는 수순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했다. “박 전 대표가 오래 전 김 의원을 마음속에서 지웠기 때문에 원내대표설이나 입각설 등이 나돌 때마다 김 의원에게 제동을 걸었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두 사람의 충돌에 친박계 의원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친박의 단일대오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 “뭔가 오해가 있는 게 아니냐”며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부산 지역 한 의원은 “친박계에 좌장이 없다는 얘기는 박 전 대표가 2년 전부터 한 이야기”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수도권 친박계 의원은 “지금은 서로 결별한 것처럼 보이지만 대선 등 큰 판이 벌어지면 다시 의기투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애써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친박계의 균열 여부와 관련해서는 김 의원만 수정안을 지지했던 점을 거론하며 오히려 친박계의 응집력을 높일 것이란 견해가 많았다. 그러나 김 의원이 여권 주류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하면 일부 친박계 의원들도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친이계 쪽은 벌써부터 김 의원을 끌어안는 방안을 강구해보자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친이계 핵심 의원은 “지난해 5월 무산된 원내대표에 다시 추대하거나 입각을 통해 김 의원을 끌어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노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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