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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김종규] 대학박물관의 미래

[시사풍향계-김종규] 대학박물관의 미래 기사의 사진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의 해가 저물고 있다. 1년을 되돌아보면 100번째 생일을 맞은 우리나라 박물관은 연초부터 분주했다. 1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가졌던 박물관인 신년교례회는 100주년의 서막을 알린 행사였으며, 5월 국제 학술대회에서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모여 뮤지엄과 관련된 다양한 학술,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담론하는 자리였다.

10월, 특별전 여민해락(與民偕樂)에서는 안견의 몽유도원도(일본 텐리대학 소장)와 수월관음도(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 등 국내외에 있는 우리 민족 최고의 걸작을 볼 수 있었다. 박물관 100번 가기 운동, 전국 박물관 지도 제작, 박물관 가는 날 행사는 일반 국민의 박물관 접근성 향상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그 성과는 매우 컸다. 100여개 박물관·미술관이 함께한 박물관대축전, 100주년 기념 조형물 조성, 국제 포럼, 100년사 발간 등 쉼 없이 달려온 1년이었다.

영역과 역할 넓혀가는 추세

지금, 미래의 박물관 100년을 생각해 본다. 21세기는 글로벌한 국제 환경과 맞물려 박물관의 기능과 역할도 바뀌게 될 것이다. 가장 큰 변화로 고향 잃은 인류 정체성의 근간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또한 무한경쟁의 원천 역시 박물관에서 찾아야 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의 대학박물관을 본다. 대학은 미래의 주역을 양성하는 곳이다. 21세기에는 다양하게 네트워크화되고 있는 지구촌을 이끌 글로벌한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100여개의 대학박물관·미술관이 있다. 대부분은 고고, 인류, 역사를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최근에 와서는 자연사(이화여대) 고지도(경희대 혜정박물관) 만화역사(청강문화산업대) 현대미술(서울대) 한의학(경희대) 도자기(국제대) 카메라(동신대) 등 그 영역도 다양화·세분화되고 있다.

그리고 고려대 박물관에서 ‘문화예술 최고위과정’과 서울대 미술관의 ‘예술문화 최고지도자과정’, 건국대 박물관의 ‘박물관 문화강좌’, 계명대 행소박물관의 ‘문화 아카데미’ 등은 박물관의 역할이 교내는 물론 지역사회를 넘어 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의 ‘자연사교실’과 한양대 박물관의 ‘목요 영화상영회’, 부산대 박물관의 ‘우리 아이와 함께하는 전통문화 순례’ 등은 소속 대학생 및 교직원과 인접한 지역주민 중심의 참여 프로그램으로 이 역시 박물관의 저력을 확인하게 한다. 대학박물관은 이렇게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박물관은 대학 평가에서 1982년 12월 법률적 근거가 삭제된 이후 활동에 많은 지장을 받고 있다. 도서관처럼 대학 평가에 박물관이 중요한 평가 대상으로 재편되도록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박물관의 유물은 도서관에 있는 책과 같은 개념에 있다. 소장 방식과 해독·분석의 방법, 범위가 다를 뿐 대동소이하다.

그러므로 박물관과 도서관은 같은 개념에서 인식되었다. 미국의 경우 정부에 도서관박물관위원회가 있어 동등한 선상에서 국가 정책이 설정·추진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지난 2004년까지 문화부(현 문화체육관광부) 내에 도서관박물관과가 있었다. 대학박물관이 도서관과 인접하거나 같은 건물에 있는 것 역시 이와 같은 연관성에서 기인하고 있다.

대학평가에 박물관 포함돼야

박물관은 비영리 항구적 문화시설인 만큼 조건 없이 살아나게 해주어야 한다. 적어도 이미 설치된 박물관이라면 죽게 놔둘 수는 없다.

문화시민으로 성장한 미래의 역군, 우리 대학생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끈다는 부정할 수 없는 명제 앞에서 미래의 100년 - 대학박물관의 제 자리 찾기를 우선 기대해 보며, 1983년부터 대학 평가에서 사라진 박물관을 반드시 되살려야 한다. 대학사회에서 박물관을 활성화하는 것 - 21세기에 우리가 바라는 상아탑의 모습이다.

김종규(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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