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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김광용] 느긋한 미·북,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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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래 최초의 미·북간 공식접촉이 마침내 이루어졌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이 그것이었는데, 이를 둘러싸고 우리사회에서는 모처럼 북핵문제에 대한 논의가 무성하다.

북핵문제가 대두된 지 스무해가 다 되어간다. 우리의 생존이 걸려 있는 중대사에다 세계 안보를 위협할 뇌관과 같은 민감 현안이다 보니 단계마다 긴장감과 집중도가 높아져 지금에 이른 것이다. 그렇다고 조만간에 북핵문제를 종식시킬 특별한 묘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당사자인 북한은 애초부터 핵보유를 목적으로 했기에 핵폐기라는 문제해결방식에 저항해왔다. 북한이 당면한 문제와 연계시키는 유인책도 어려웠다. 최대 관심사인 체제보장과 김정은으로의 권력세습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체제보장에 최대위협요소인 미국의 북한공격은 한참 먼 이야기가 되었다.

6자회담과 평화체제 논의 병행

김정일 자신이 체험했듯 후계문제는 1∼2년 내에 이루어질 일이 아니다. 다만 2012년까지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천명한 까닭에 경제건설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는 것이 부담이겠지만, 150일 전투에 이은 100일 전투 등으로 이미 인민들에게 성의는 보였고, 최근 단행된 화폐개혁으로 잠재적 적대세력인 시장세력을 제압함으로써 북한지도부는 여유를 갖게 될 것이다. 최악의 국가적 파산도 중국의 지원으로 피할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도 외교적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이야 있겠지만 정권 초이기에 서두를 이유는 별로 없다.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새로운 현안문제가 되었지만, 미군철수가 시작된 지금 이라크정세가 차츰 안정을 찾아감으로써 부담이 추가된 것은 아니다. 북핵문제가 골칫거리지만 국익이나 정책우선순위에서 이란 핵문제 해결이 훨씬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

따라서 미국에게는 한반도에 혹시라도 위기를 초래할 적극적인 해결책보다 소극적인 현상유지책이 바람직할 것이다. 미국이 일종의 관리방법인 6자회담을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6자회담만으로도 북핵 프로그램의 불능화, 비확산, 추가실험 중단 등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이미 핵실험,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위협자산을 다 소모했기 때문에 단기적으론 더 이상 위협수단도 없다. 반면에 유엔의 대북제재 1874호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번 보즈워스 방북이 주목을 모았던 부분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평화체제 의제포함 여부였다. 미국은 6자회담이라는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 북한의 요구사항인 평화체제의 의제화를 받아들였다. 평화협정을 포함한 한반도평화체제 논의를 위해 한·미·중·북이 참여하는 ‘4자대화’를 6자회담과 병행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미국은 평화체제를 의제로 다룰 경우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 철수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북핵문제 외 지역안보라는 전혀 새로운 주제를 다뤄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요구를 일정 정도 수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제 비핵화를 다루게 될 6자회담의 장애물은 적어졌다. 따라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지나면 뉴욕채널이 가동될 것이고 이를 통해 내년 1월중에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6자회담이 열릴 경우 4자대화도 시작될 것이다. 그럼에도 갑작스런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북핵문제 해결은 마라톤 경주

그러고 나면 다시 협상과 타결, 중단 그리고 다시 회담재개 협상과 같은 지루한 과정을 보게 될 것 같다. 서울을 떠나 베이징에 도착한 보즈워스대표의 말이 이를 암시한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좀 더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제 북핵문제는 마라톤과 같은 장거리 게임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이 북핵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만이다. 그 때까지 우리가 할 일은 일희일비하지 말고 마라톤 선수처럼 긴 호흡을 갖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공조를 강화하고, 북한을 설득하는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을 견지하는 일이다. 단지 그 때까지 피폐해진 삶을 견뎌야하는 북한주민들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이 남는다.

김광용 광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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