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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심상덕] 낙태는 얼마나 줄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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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복지부는 낙태(인공임신중절수술) 건수가 100만건이라는 수치는 1995년 갤럽 자료를 인용한 것이라면서 가장 최근에 실시한 2005년 인공임신중절 실태 조사에서는 34만여건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현재는 피임 시술 발달과 교육을 통해 인공임신중절 수술 건수가 많이 줄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995년에는 출생아가 72만명이었다. 추정이지만, 그해 이뤄진 낙태 100만건을 더하면 172만건의 임신이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2005년 시점에서는 출생아 47만명에 낙태 시술 34만건으로 81만건의 임신이 발생했다고 가정할 수 있다. 결국 10년 사이에 임신이 172만건에서 81만건으로, 대략 90만건 줄었다는 뜻이 된다.

아무리 피임 기술이 발달하고 피임에 대한 교육이 이뤄졌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그런 짧은 시기에 반 이하로 임신율이 떨어질 정도의 대폭 감소는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언제까지 비윤리 지속할 건가

우리나라에서는 피임 방법으로 피임약이나 루프보다 콘돔이나 체외사정법, 주기법처럼 피임 실패율이 높은 방법이 여전히 많이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피임약 매출 혹은 루프 매출을 살펴보아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또 1995년도는 높은 출산율을 낮추기 위해 피임약이든 루프든, 정관 시술이든 피임에 대해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펼쳐나가던 때다. 그런 시기에도 낙태가 100만건이었다.

하물며 지금처럼 저출산으로 인해 피임이 국가정책 가운데 후순위로 밀려나고, 루프 시술조차 건강보험에서 빠진 지금에 와서 특별히 그런 피임 방법이 획기적으로 늘었다고 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는 낙태도 피임의 한 방법이라고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낙태 시술 건수가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상당히 안이한 인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적 어려움과 가임 연령 여성의 감소로 임신이 다소 줄어 낙태 시술도 다소 감소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낙태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지금과 같은 사정이고, 시술 병원에 대한 접근성도 그리 떨어지지 않는 게 현실이어서 낙태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따라서 복지부가 줄었다고 주장하는 임신 90만건 중에 과연 피임약이나 루프 시술로 얼마나 줄었을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직도 낙태 시술이 상당한 숫자를 차지할 것으로 의료 일선에 있는 의사들은 짐작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낙태 시술이 얼마나 빈번히 발생하는지, 의학적 타당성이 있는 시술은 얼마나 되는지 알아봐야 한다. 이런 실태조사 자체는 2005년도엔 어려움을 겪었겠지만 정부와 사회가 이처럼 많은 낙태 시술을 줄이겠다는 공감대가 있고, 의지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일 것이다.

산모와 의사 간에 은밀히 이뤄지는 일이기 때문에 산모와 의사의 협조가 없으면 정확한 통계 자료를 얻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정부는 낙태 근절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갖고 사회 일반과 의료인의 인식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온국민이 나서서 바로잡아야

지금과 같이 하루 1000명 이상 이뤄지는 낙태는 사회의 비윤리와 불합리를 보여주는 매우 흉측한 괴물이다. 그러나 피임과 출산으로 분리해서 본다면 그것들은 그럭저럭 견딜 만한 것이거나 오히려 장려해야 할 아름다운 것이 된다. 사람을 죽이는 날카로운 무기를 녹여내서 밭을 개간하는 농기구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언제까지 낙태 공화국, 입양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덮어쓰고 있을 것인가. 모든 국민이 한마음으로 힘을 합해 낙태라는 불행한 괴물을 출산이라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되돌리도록 해야 한다. 이는 비록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바로 지금부터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심상덕 산부인과 의사·진오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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