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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의 명화, 영상으로 재창조 기발한 표현방식 눈길… 영상설치 작가 이이남 학고재서 개인전

동서양의 명화, 영상으로 재창조 기발한 표현방식 눈길… 영상설치 작가 이이남 학고재서 개인전 기사의 사진

55인치 TV 화면에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가 나타난다. 시간과 계절의 흐름에 따라 인왕산은 울긋불긋 꽃이 피고, 가을 단풍과 함께 저녁 노을이 붉게 타오른다. 영상설치 작가 이이남(40)의 4분짜리 작품 ‘신-인왕제색도’이다. 캔버스 대신 LED TV 모니터에 영상화한 작품은 세필로 그린 회화보다 더욱 생생하다. 영상이 시시각각 변하니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울 남산의 안개 낀 달밤을 그린 겸재의 ‘장안연월(長安烟月)’과 세잔이 그린 ‘생 빅투아르 산’이 시공간을 초월해 조우한다. 겸재의 그림에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세잔의 산으로 탈바꿈한다. 또 겸재의 ‘박연폭포’는 ‘쏴’ 하는 물소리와 함께 폭포수가 6m 아래로 세차게 떨어지는 영상작품으로 재현됐다. 46인치 LED TV 6대를 세로로 연결해 만든 작품이다.

18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 이이남은 동·서양의 고전명화를 움직이는 영상으로 재해석하는 것은 기존 작업과 마찬가지지만 소재와 표현방식에서는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를 재해석한 ‘신-마릴린 먼로’는 먼로의 트레이드마크인 입술 위 점이 20분간 얼굴 전체를 조금씩 옮겨다닌다. 짧게는 2분, 길게는 20분 동안 상영되는 작품들은 여유를 갖고 봐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특이한 바위봉우리가 푸른 소나무를 두르고, 바위산 사이 폭포와 계곡에 물이 힘차게 흐르고 있다. 하얀 눈이 흠뻑 내려 은세계로 변한 무릉도원을 만나볼 수도 있다. 때로는 도화원이 고층건물이 즐비한 도시로 변모하기도 한다. 관객들은 작품을 통해 조선시대를 거쳐 현대도시에 이르기까지 가상세계의 이상향을 경험하게 된다.

전남 담양 산골마을 출신인 작가는 어릴 적 뛰놀던 산과 들, 개울을 모티브 삼아 고전명화를 자신만의 작품으로 재창조했다. ‘클림트의 키스’ ‘담배 피우는 고흐’ 등 해외명화를 패러디한 작품도 익살스럽다. 미디어아트를 TV모니터에 내장시켜 독특한 영상을 만들어내는 이이남의 작품은 몇년 전 베이징 아트페어에서 중국 작가가 ‘짝퉁’을 내놓을 정도로 국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02-720-1524).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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