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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제성호] 朴正熙 시대의 빛과 그림자

[시론―제성호] 朴正熙 시대의 빛과 그림자 기사의 사진

1979년 10월 26일 저녁 7시40분 서울 궁정동 안가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대통령 시해 사건은 우리 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꾸어 놓았다. 그로부터 어느덧 한 세대가 흘러, 지난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30주년을 맞이했다. ‘10·26’ 30돌에 즈음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대통령 박정희가 있을 수 있던 것은 그의 출생 배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는 일제 식민 통치 기간, 1차 세계대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시기, 볼셰비키 혁명이 성공한 직후인 1917년 11월 14일 경북 선산군 구미면 상모리에서 가난한 농부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엄혹한 식민 통치 시대 아래서 ‘극심한 궁핍’을 이고 살면서 사회주의의 달콤한 유혹을 몸소 체험한 그였다. 인간 박정희의 생애는 이 같은 존재구속성을 극복하려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경제발전 이룬 통찰과 추진력

‘박정희 시대’의 주요 국정 목표와 핵심 키워드는 ‘조국 근대화’와 ‘국리민복’이었다. 수천 년 대물림해온 가난을 탈피하기 위해 젊은 대통령은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라며 전국 방방곡곡에서 ‘새마을 운동’을 전개하였다. 이 운동은 국민들의 지지와 자발적 참여가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고, 지금도 제3세계에 수출되는 모범적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한국 경제의 도약을 모색했다. 하지만 돈이 없었다. 그는 한·일 국교 정상화, 서독에 광부·간호사 파견, 월남전 파병, 중동의 건설 현장 진출 등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외교와 경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실기(失機)하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빛을 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일 수교와 월남전 파병은 외교와 경제, 나아가 안보적 관점에서 시의적절한 선택이었다. 이를 통해 종잣돈을 마련했고, 경제 발전과 도약의 계기를 포착했다. 1960년 1인당 GNP 80달러에서 1980년 1700달러로 20배 이상 수직 상승한 데는 그의 통찰력과 추진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박 대통령은 한·미 동맹 강화를 기반으로 자주 국방의 기틀을 마련했고, 국방과학기술 장려와 방위산업체 진흥에 노력을 경주했다. 외교의 지평을 서방 중심에서 제3세계로 넓혀 갔다. 의료보험 도입 등 사회복지 확충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박정희 시대’를 고깝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의 경제개발과 압축 성장을 ‘개발 독재’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독재를 한다고 해서 모두 국민을 잘살 수 있게 만드는가. 필리핀은 1960년 한국보다 4배가량 잘 살았지만, 오랜 기간의 독재와 그 이후 민주화 진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가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대를 이은 독재’는 또 무엇을 말하는가. ‘한강의 기적’은 박 대통령이 탁월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국민의 역량과 에너지를 한데로 결집, 국가 발전의 동력으로 만들었기에 가능했다고 봐야 한다.

박 대통령은 장기 집권하는 동안 어두운 그림자를 남기기도 했다. ‘10월 유신’과 긴급조치 발동이 대표적인 예다. 강력한 반공 정책은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을 무력화시키긴 했지만, 인권 침해 등 적지 않은 후유증을 초래하였다.

일부 잘못으로 공적 외면 안돼

그렇다고 해서 일부의 잘못만 부각시키고 경제 성장과 국가 안보 등에 기여한 업적과 공로에 눈감는 태도는 부적절하다. 박정희의 ‘산업화’는 ‘민주화’라는 반작용을 불러일으켰고, 한국인의 진정 ‘잘사는 삶’의 모습이 어떤 것일까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역설적으로 그는 ‘민주화 시대’를 여는 단초를 제공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박정희는 ‘자랑스러운 조국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애쓴 사람이었다. 그런 박정희를 우리가 부끄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이제 21세기 ‘선진화 시대’를 개척해 나감에 있어 온고지신의 자세가 절실하다. ‘외눈박이 역사관’으로 과거를 무조건 부정하기보다는 ‘박정희 시대’의 공과를 냉철하게 평가하고, 그로부터 교훈을 얻어 희망찬 미래를 설계해야 할 것이다.

제성호(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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