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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풍경화] 잘 헤어지는 사람
첫 만남도 중요하지만 헤어지는 뒷모습도 아름다워야 한다. 편의점을 운영하다 보니 숱한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게 된다. 손님을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야 일상이고, 직원 또한 그렇다. 이 직원 나가면 저 직원 들어오고, 이 사람과
2022-02-26 04:05

[편의점 풍경화] 달력은 고칠 수 없어
많은 사람이 그렇겠지만, 새해 달력을 만나자마자 편의점 점주가 하는 일도 ‘쉬는 날’ 확인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르다. 또 점주마다 다르다. 주택가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는 ‘빨간 날’이 많은 해를 반기는 편이
2022-02-05 04:03

[편의점 풍경화] 그 마음 알지요
“이 과자, 맛있긴 한데 손에 가루가 많이 묻어 좀 그렇다.” 과자에 대해 품평을 했더니 아내가 씩 웃으며 말한다. “그러니까 나는 젓가락으로 먹지롱!” 순간 아뜩했다. 과자를 구입하며 나무젓가락을 가져가는 손님이 있다.
2022-01-15 04:05

[편의점 풍경화] 그들이 있어 다행이다
때로 10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하는 일들이 며칠 새 몰아쳐 일어나기도 한다. ‘하나님이 나한테 갑자기 왜 그러시는 거지?’ 하는 일들. 집주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집을 비워달란다. 그래서 부랴부랴 집을 알아본 뒤 새로운
2021-12-25 04:06

[편의점 풍경화] 詩 옮기는 편의점
편의점 창가에 시(詩)나 격언을 붙여놓은 적이 있다. 좋아하는 시를 가지런히 출력해 붙이거나, 직장인 손님이 많은 편의점이다 보니 삶에 용기를 주는 문장을 골라 곁에 두기도 했다. 하늘이 우리를 세상에 보낼 적엔 언제나 사
2021-12-04 04:02

[편의점 풍경화] “잘 지내시죠?”
갑자기 이사를 하게 돼 전세대출을 알아보는 중인데 심사를 위해 신용등급을 확인해봤더니 내가 대한민국 상위 6%라는 것이다. 도대체 뭘 했기에 신용이 이리 준수할까 곰곰 생각했더니, 도대체 뭘 한 게 없으니 높은 것 같다. 아
2021-11-13 04:03

[편의점 풍경화] 우리를 더욱 아프게 하는 것들
가을 추(秋) 아래 마음 심(心)이 붙으면 슬프다는 뜻의 수(愁)가 된다. 누군지 몰라도 용케 잘 만든 글자라고 오래전 죽은 어느 작가는 감탄했다. 예부터 가을은 그랬나 보다. 편의점 점주에게도 가을은 걱정의 계절. 일반적으로
2021-10-23 04:06

[편의점 풍경화] 2차까지 맞은 사람
요즘 단골손님들과 자주 나누는 대화는 “맞았어요?”다. 백신 주사를 맞았느냐, 맞지 않았느냐 하는 질문 말이다. 그것은 ‘식사하셨습니까?’라거나 ‘밤새 안녕하셨습니까?’라는 물음과도 같아, 코로나 시대에 안부를 주고받
2021-10-02 04:03

[편의점 풍경화] 줄 수 있는 뇌물
명절을 앞두고 편의점에서 선물세트가 팔리던 풍경은 흘러간 옛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주지도 받지도 않는 세상이다. ‘이 정도면 되나?’ ‘섭섭하진 않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고, ‘받아도 될까?’ ‘다른 뜻은
2021-09-11 04:03

[편의점 풍경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이를 병원에 두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수술하면 된다지만 마음이 영 편치 않다. 오늘 같은 날은 옆에 있어 주고 싶은데 당일 알바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다. 자영업자에게 연차나 반차가 있을 리 없지. 착잡한 심정으로 계산대
2021-08-21 04:05

[편의점 풍경화] 올림픽만 같아라
거리가 한산하다. 손님이 뜸하다. 한참 만에 한 명 들어온 손님이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사더니 계산대 안을 힐끔 훔쳐보며 묻는다. “어때요?” 생방송 중인 휴대폰 화면을 손님에게 보여주며 말한다. “3세트, 이제 3발 남았어요
2021-07-31 04:03

[편의점 풍경화] ○○를 사랑하는 직업
요조 작가가 쓴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이라는 에세이를 최근 어떤 분께 선물했더니 제목을 보고 하시는 말씀. “어? 우리 직업은 실패를 사랑하면 안 되는데….” 어업에 종사하는 선장님이시다. 선장으로서 실패란, 고기 잡으
2021-07-10 04:05

[편의점 풍경화] ‘좋아요’만 좋아했다면
책은 절반쯤 ‘편집’이 좌우하는 것 같다. 같은 원고라도 어떤 편집자를 만났느냐에 따라 방향과 색깔이 달라진다. 에세이는 더욱 그렇다. 도토리 같은 글을 모아 출판사에 건넸는데 어떤 편집자가 어떻게 편집했느냐에 따라 상
2021-06-19 04:05

[편의점 풍경화] 막걸리 할아버지, 삼각김밥 형제
“맨발로 막걸리 사러 오시는 할아버지 손님, 내쫓지 마세요.” 어느 편의점을 양도받던 날, 원래 편의점을 운영했던 점주가 전달사항을 편지로 남겨놓았다. 그동안 여러 번 편의점 양수도 과정을 겪었지만 다음 점주를 위해 그렇
2021-05-29 04:04

[편의점 풍경화] 어느 넉넉한 하루
집에서 편의점까지는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 그 먼 거리를 어떻게 매일 왕복하느냐 주위에서 걱정하며 묻는데 요즘은 어쩌다 작가라는 새로운 직업이 추가돼 상당한 시간을 작업실(우리집 작은방)에 갇혀 지낼뿐더러 편의점을
2021-05-08 04:05

[편의점 풍경화] 밖에서는 천재, 안에서는 바보
아무래도 나는 천잰가 보다. “아저씨, 새우깡 어딨어요?” “왼쪽 진열대 둘째 줄 다섯째 칸에 있어요. 보이시죠?” 한 치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포카리스웨트는요?” “음료 냉장고 셋째 칸 넷째 줄에 있어요.” 냉장고에 아
2021-04-17 04:04

[편의점 풍경화] 지키는 자, 비웃는 자
“편의점 앞에 야외 테이블을 설치하고 싶은데 이건 합법인가요 불법인가요?” 편의점 점주들이 수만명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는 종종 이런 질문이 올라온다. 즉각 ‘법률전문가’들이 나선다. 사례를 따져 친절하고 꼼꼼하게 알려
2021-03-27 04:02

[편의점 풍경화] 손님이 나를 끔찍이 사랑하사
“아저씨. 이게 자몽 맛과 레몬 맛 가운데 자몽 맛이 더 좋다고 하던데, 맞나요?” 그게 맞고 틀리고가 어디 있겠나. 개인의 취향인걸. 그냥 미소로만 대답한다. “아저씨. 이거 먹으면 살찌지 않을까요?” 햄버거 먹으면 살찌는
2021-03-06 04:04

[편의점 풍경화] 겨울을 견딘 꽃봉오리처럼
이제 헤어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벌써 2월이에요. 요즘 낮 기온은 영상 6~7도쯤 되고요, 최저기온이 영상에 닿는 날도 있어요. 다음 주는 더 따뜻하다 하더군요. 안녕하세요. 저는 편의점 호빵기입니다. 맞아요, 매년 10월에 나
2021-02-06 04:05

[편의점 풍경화] 조금 늦은 새해 인사
연말 연초에는 인사 이동과 근로계약 갱신이 이루어진다. 보이던 손님이 갑자기 보이지 않거나, 한동안 보이지 않던 손님이 새해에 불쑥 나타나기도 한다. 어디 멀리 지방으로 발령났나 보구나 홀로 추측하기도 하고, 해외 지사에
2021-01-16 04:09

[편의점 풍경화]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운동회 때 달리기를 하면 들어온 순서대로 팔뚝에 도장을 찍어줬다. 그 도장을 무척이나 받고 싶었지만 나는 단 한 번도 찍힌 적 없다. 꼴찌나 벗어나면 다행이었다. 시험이나 글짓기는 노력하면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을 수
2020-12-26 04:07

[편의점 풍경화] 높은 산, 기쁜 강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은 뭘까―요?” 상품 바코드를 하나씩 스캔하고 있는데 갑자기 손님이 묻는다. 마스크 너머로 장난스러운 눈빛이 반짝인다. 백두산? 한라산? 지리산? 아니 아니 그럴 리 없지, 원래 개구진 농담을 즐
2020-12-05 04:03

[편의점 풍경화] 준오와 하담이
“하이― 방가방가!” 일부러 목소리를 한 옥타브쯤 올려 편의점 문을 열었는데 계산대에 있는 하담이 표정이 역시 좋지 않다. 문자메시지를 받고 이미 짐작했다. “왜? 어느 정도길래 그래?” 하담이는 뾰로통 휴지통 있는 쪽을
2020-11-14 04:08

[편의점 풍경화] 마스크 너머 당신 얼굴
내가 ‘쭌’이란 애칭으로 부르는 여섯 살 준우는 인사성이 참 밝다.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편의점에 들어오면 계산대 앞으로 쪼르르 달려와 “안녕하세요” 배꼽인사부터 한다. 귀여워 죽겠다. 진열대 앞에 쭈그리고 앉아
2020-10-24 04:03

[편의점 풍경화] 다만 ‘멈춤’으로 지키는 오늘
최형. PC방 하는 승배는 꺼이꺼이 울음을 터트립디다. 혜란 누님 아시죠? 방이동에서 노래방 하는. 여장부로 소문난 그 누님도 글쎄 조용히 눈물을 훔치더군요. 숨만 쉬고 있어도 나가는 돈이 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긴
2020-09-12 04:07

[편의점 풍경화] 두근두근 마수걸이
김수영 시인이 수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10개’를 꼽은 적 있다. 맨 앞에 고른 낱말이 ‘마수걸이’. 장사하는 사람들이 가게 문을 열어 가장 먼저 물건을 파는 일, 혹은 가장 먼저 손님을 받는 일을 “마수 걸었다” 말
2020-08-22 04:03

[편의점 풍경화] 드라마 보셨는갑네!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서면 드라마 여주인공 ‘샛별이’처럼 생긴 직원이 활짝 웃으며 “어서 오세요” 했으면 오죽 좋겠는가. 현실에서는 머리 벗겨진 봉달호 아저씨가 시커먼 마스크 쓰고 퀭한 눈빛 걸걸한 목소리로 당신을 맞
2020-08-01 04:05

[편의점 풍경화] 나는 당신의 시원한 그늘
어느 때, 도심 골목 한 귀퉁이 편의점 문 앞에, 혹은 플라타너스 이파리가 초록으로 한들거리는 도롯가 편의점 창가에, 더러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 그림처럼 자리한 편의점 공터에, 동그랗게 몸을 펼치고 나는 당신을 기다립니다
2020-07-11 04:04

[편의점 풍경화] 얘, 괜찮니?
일곱, 여섯 살 연년생 형제는 어벤져스 군단도 당해낼 수 없는 특급 개구쟁이 조합이다. 편의점에 들어올 때부터 조마조마했다. 붙거니 쫓거니 장난치던 녀석들이 끝내 일을 쳤다. 큰 애가 작은 애를 밀쳤는데, 시식대에서 라면을
2020-06-20 04:04

[편의점 풍경화] 스승님 만세!
영대가 왔다. 영대는 내가 천호동에서 편의점을 하던 시절 야간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녀석이다. 3개월쯤 했으려나? 하루가 멀다 하고 직원이 바뀌고 그만두는 편의점에서 그 정도 인연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는데, 영대
2020-05-30 04:02

[편의점 풍경화] 느릿느릿 기이이이이일게
마라톤을 취미로 삼아야겠다 마음먹었을 때 내가 세운 목표는 ‘100살까지 달리는 것’이었다. 백번째 생일을 맞는 날 아침 일찍 일어나 홀로 42.195㎞를 달리고 가족들과 따뜻한 점심 식사를 나누고 싶다. 친구들은 “그게 가능
2020-05-09 04:06

[편의점 풍경화] 대한민국의 편의점 이용백서
왈왈왈, 강아지에게 보험을 들어준다니! ‘애견보험’이라는 용어마저 귀에 닿기 어색한데 그 희한한 보험을 편의점에서 가입할 수 있다니! “이달부터 우리 편의점에서 애견보험 상품 판매를 시작합니다”라고 했을 때 ‘도대
2020-04-18 04:04

[편의점 풍경화] 세상이 떠날 때 나에게 다가오는
왜, 그런 친구 있잖은가. 치킨집 차리자 조류독감 와서 휘청거리고, 족발집 차렸더니 구제역이 몰려와 힘들다는 식으로…. 친구 중에 그런 녀석이 있다. 하는 일마다 운명의 신이 얄궂게 장난을 건다. 이번에는 코로나를 만났다
2020-03-28 04:04

[편의점 풍경화] 코로나가 가르쳐준 것들
매출이 뚝 떨어졌다. 코로나 초반엔 마스크와 먹거리 판매가 늘며 썩 반갑잖은 호재더니 확진자가 늘어나며 매출은 거친 내리막길이다.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 자체가 확연히 준 것을 느낀다. 건물 곳곳에 ‘마스크를 착용하시오
2020-03-07 04:05

[편의점 풍경화] 흥겹잖은 품절, 반갑잖은 매출
“마스크 있나요?” “죄송합니다. 없습니다.” 하루에도 예닐곱 번, 똑같은 질문과 대답이 반복된다. 출입문에 ‘마스크 품절’이라고 써 붙이려다 왠지 싸늘해 보여 손길을 멈춘다. 편의점에는 ‘없어서 못 파는’ 경우가 때
2020-02-15 04:06

[편의점 풍경화] 2020년에는 스무 권의 책을
힘들다. 손님들이 좀비처럼 보인다. 세상 모든 사람이 눈이 멀어 더듬거리며 먹을 것을 찾아다닐 때, 우리 편의점도 지금 이 손님들에게 무참히 약탈당하겠지. 주제 사라마구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으며 내내 그런 상
2020-01-04 04:05

[편의점 풍경화] 성탄 선물은 오직 당신뿐
머피의 법칙. 바람과는 반대로 흘러가는 법칙. 우산 챙겨 나간 날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더라는 법칙. 미팅 가서 “쟤만 빼고 다 괜찮아” 하고 있으면 꼭 걔랑 나랑 짝이 되더라는 그런 법칙. 편의점 점주들에게도 머피의 법
2019-12-14 04:03

[편의점 풍경화] 나는야 편의점 바지사장
“1100원입니다.” 자신 있게 삑― 바코드를 스캔했다. 그랬더니 헉― 계산기 화면에 1200원이 표시된다. 이게 언제 이렇게 가격이 올랐지? 옆에 있던 정욱이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손님도 미덥잖다는 눈빛으로
2019-11-23 04:03

[편의점 풍경화] 천하제일 건망증 대회
오후 4시. 느닷없이 밀려온 아득한 상실감에 몸이 나른해졌다. 달리기를 하는데 발바닥에 뭐가 붙어 자꾸 달랑거리는 찝찝한 느낌. 우주가 소멸하는 마냥 소중한 무엇이 소르르 사라지는 허전한 느낌. 이 기묘한 감각의 정체는
2019-11-02 04:06

[편의점 풍경화] 힘을 내요, 호빵
저예요. 호빵이에요. 사실 호빵은 특정한 상표의 이름인데요, 호호 불어가며 먹는 빵, 가족끼리 둘러앉아 호호호 웃으며 먹는 빵이란 뜻에서 그렇게 지었다고 해요. 사전에 있는 ‘찐빵’보다 문학적이고 낭만 있게 느껴지지 않
2019-10-12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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