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도 많다더니…’ 지금은 낯선 그때 그시절 산아정책

입력 2025-12-10 02:28
두 자녀(왼쪽)에서 한 자녀 갖기로 바뀐 역대 정부 산아제한 정책 포스터.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세 살 터울로 35세 이전에 세 자녀만 낳자’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지금 같은 초저출산 시대에 들으면 깜짝 놀랄 일이지만, 1960∼80년대 고도 경제 성장 시대에 정부는 셋도 많고, 둘도 많다며 급기야 한 가정에 한 명씩만 낳기를 강력히 권하는 산아제한 정책을 폈다. ‘가족계획’이라는 이름으로 보건소와 병원 등 곳곳에는 이를 독려하는 포스터가 붙여졌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립민속박물관이 특별전 ‘출산, 모두의 잔치’를 한다. 전시에 나온 산업화 시대의 빛바랜 포스터를 보면 50년 후를 내다보지 못한 정부의 인구 정책에 쓴웃음이 나온다. 전시는 300여건의 전시품을 통해 출산으로 맺어지는 관계와 문화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 변천사를 조명한다.

산업화 이전 농경 사회에서는 자식이야말로 노동력이자 생존 수단이었기에 다산(多産)은 동양과 서양 모든 문화권의 공통된 소망이었다. 다산 신앙은 특히 가부장 사회에서 아들을 바라는 신앙과 연결되었고, 그걸 보여주는 민속품들이 재미있다. 우리 조상들은 남성을 상징하는 도끼 형태의 장신구, 아들을 임신하기를 기원하는 장식용 화폐를 착용했고, 남성 성기 모양의 나무 조각을 몰래 지니고 다녔으며, 심지어 잘 때 베고 자는 베개에 ‘다(多, 많다)’ ‘남(男, 남자) 자(子, 아들)’등 아들을 바라는 세 글자를 수놓기도 했다.

이처럼 출산을 바라보는 문화사의 변천사와 함께 출산 및 육아 관련 물품도 나와 ‘옛날 감성’을 자극한다. 백 조각의 천을 이어 만든 백일 저고리, 천 사람이 정성을 모아 아기의 건강과 행복을 빌며 쓴 ‘천인천자문’ 등에서는 한 생명의 출생과 건강한 성장을 바라는 가족과 세상의 마음이 담겼다. 1970년대 임신과 결혼, 육아와 관련한 여성용 참고서 역할을 한 ‘현대여성백과’, 산부인과 병원이 대중화되기 전, 출산을 돕기 위해 각 가정으로 출장을 갔던 조산사의 출장 가방 등을 볼 수 있다.

아프리카 보보족 가면, 중국·베트남의 소수민족 야오족의 아기용 포대기 등 출산에 담긴 세계 공통의 마음과 정성을 보여주는 소장품도 나왔다. 전시는 내년 5월 10일까지.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